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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 입은 포항시민들, 한 달 만에 17만명이나 소송에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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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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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과 2018년 경북 포항에서 일어나는 지진 피해를 모두 겪은 김모(47)씨는 지난 13일 포항 지역 한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지진 피해 위자료 소송 서류를 접수했다. 지난달 16일 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 곧바로 서류 접수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몰리고 있다는 소식에다 소멸시효(내년 3월 20일)도 여유가 있어 기다리다 접수에 나선 것이다. 김씨는 아내(46)와 아들(16)을 포함해 3명의 착수금으로 9만원, 성공보수 5%를 약속했다.

김씨는 “초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착수금 밖에 없으니 큰 부담 없이 소송에 참여했다. 1심 판결 때보다 위자료 액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소송비용의 몇 배는 더 생기는데 안 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현숙)는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이 정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2018년 2월 11일 규모 4.6의 경북 포항 지진 중 한 차례 겪은 경우는 200만원, 두 차례 모두 겪은 경우는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처럼 포항 지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잇따라 소송에 나서면서 지난달 16일 판결 이후 한 달 만에 17만 명이 추가 소송 의사를 밝힌 것으로 집계됐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가 지난달 16일 지진 피해 위자료 청구 소송 1심 승소 판결이 난 뒤 각 변호사 사무실 등에 접수된 소송인단 규모를 확인한 결과, 지난 16일까지 17만 명가량 서류를 접수했다. 1심 소송인단(4만7850명)을 포함하면 21만7000명 이상으로, 지진 당시 포항 주민(51만 명)의 42%가량에 이른다.

이런 탓에 소송에 필요한 서류인 주민등록초본 발급건수는 하루 500∼600건에서 1심 승소 판결 후 하루 1만 여 건으로 늘었다. 범대본을 통한 소송은 1인당 변호사비가 3만원.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성공 보수 5%를 떼더라도 13만~18만원을 들여 200만~3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포항시민들의 소송 참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착수금조차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착수금 무료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범대본은 지난 12일부터 중증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생계급여)가 소송에 참여할 경우 착수금 3만원을 받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무료소송- 착수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범대본 협력 변호사인 법무법인 인월, 최구열 변호사 등은 공익소송을 통한 지역봉사의 하나로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것이다. 11월 기준 포항지역 중증 장애인은 1만560명, 기초생활수급자 중 생계급여자는 1만9378명에 이른다.

모성은 범대본 대표는 “최소 40만 명 정도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렇게 모이면 사법부도 시민의 뜻을 제대로 이해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며 “소멸시효는 내년 3월 20일까지이지만, 방대한 양의 서류를 변호사들이 검토하는 데 15일 정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3월 전에 신청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송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포항시도 18일부터 28일까지 6개 권역을 돌며 포항지진 손해배상과 관련한 순회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설명회에는 변호사가 참여, 지진 소송에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해줄 계획이다.

앞서 포항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시청 의회동 지하 1층에 포항지진 안내센터를 마련, 상시 상담과 함께 매주 월요일 시민법률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포항 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지열발전 탓에 생긴 인재(人災)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시작됐다. 지진 발생 직후 결성된 범대본은 지열발전 가동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고, 2018년 3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이를 근거로 범대본은 소송을 진행했다. ‘촉발지진’으로 판단하기 힘들었던 탓에 소송에 참여하려는 시민도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9년 3월 20일 포항지진 정부합동조사단이 “지열발전소의 실증연구에 따른 촉발지진”이라고 공식 발표한 이후 소송인단이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은 길고, 힘들었다. 2018년 10월 15일부터 시작한 재판은 총 19차 변론, 재판부도 5차례나 교체됐다고 범대본 측은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달 16일 포항 시민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만 이런 소송 참여 열기에 대해 법조계에선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1심 판결만 나온 것으로, 아직 위자료 지급이나 지급액이 확정된 판결도 아닌데 너무 과열되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1심 판결 자체가 바뀔 수도 있고, 취지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위자료 금액이 아주 적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 소속 회원과 시민, 그리고 피고인 정부와 포스코 등이 지난달 말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한 항소장을 제출, 조만간 항소심이 열릴 예정이다.

고법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1심 결과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중 승소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포항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 위자료 액수 등에 대해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소송을 통해 본인 권리를 찾아야 하지만, 1심 기대치로 소송에 나서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도 “순회 설명회를 하면서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손해배상금이 일부 조정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상세히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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