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24-04-03관련링크
본문
주가조작이나 횡령, 시세조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제사범들이 너도나도 초호화 변호인단을 내세워 재판에 임하고 있다. 금융·증권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범행 규모도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등 대담해지는 추세여서 관련 사건 피고인 변호도 법조계에서 점차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에서 이른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라덕연씨의 변호는 법무법인 평산의 이원곤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가 맡고 있다. 이 대표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금융조세조사2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등을 역임한 검사 출신이다. 과거 불법대선자금 수사단, 삼성 비자금 사건 특검팀 등을 거쳐 2010년 한화·태광그룹 비자금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금융·기업 사건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같은 법무법인 소속의 박천혁 변호사(32기)도 라씨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 변호사 역시 검사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등 금융 분야 전문 변호사로 분류된다. 검찰은 라씨 일당이 주가조작 범행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총 730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 지난해 5월26일 라씨를 구속기소했다.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며 방송 등에서 재력을 과시하다 900억원에 달하는 코인 사기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된 이희진·희문 형제의 변호인단은 더욱 화려하다. 두 형제의 공동 변호인단은 광장·세종·KHL 등 세 곳의 로펌 및 개인 변호사까지 총 34명으로 꾸려졌다. 그 중 광장의 길태기 대표변호사(15기)는 이씨 형제를 기소한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을 맡기도 했고 이어 법무부 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서울고검장을 역임한 중견 법조인이다. 길 변호사는 지난해 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직으로 공석이 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거의 매 공판마다 빠짐없이 출석하며 사건을 직접 챙기고 있다.
단일 종목에 대한 주가조작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66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영풍제지 사태'의 총책 이모씨의 변호는 법무법인 인월의 배지훈(40기)·최성준(40기) 대표변호사 등이 맡고 있다. 배 변호사는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최 변호사는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에서 각각 근무했던 검사 출신이다. 인월은 이 두 대표변호사를 주축으로 아예 '금융·증권 수사대응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자본시장에서 벌어지는 주가조작 등 사건은 범행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전국단위 조직이 동원되기도 한다. SG 사태로만 기소된 피고인이 현재까지 총 56명이고, 영풍제지 사태는 16명이다. 때문에 관련 재판에서는 심리에 앞서 각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출석을 부르는 데에만 수 분이 소요되기도 한다. 각자의 일정 때문에 공판마다 기일을 잡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남부지법의 한 재판부는 구속사건임에도 십수명의 변호인들의 일정이 맞지 않아 계속 기일이 밀리자 "판사가 달력 보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